학부생 시절, 나는 전공이 통번역이었음에도 (아니 어쩌면 전공이 통번역이었기 때문에) 그 기술이 구현되는 업계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번역이란 그저 한 사람의 고독한 번역가가 머리를 뜯으며 작업을 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고 그 멋에 푹 빠져 있었기에 Localization (또는 L10N) 업계에 대해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후에 프리랜서로 번역도 해보고 본격적으로 업계에 발을 들이면서 L10N에 관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자 찾아보아도 그렇게 많은 리소스가 존재하지는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래에 소개할 매거진과 팟캐스트는 적어도 내가 지난 몇 년 접한 바로는 업계 입문자나 단순히 L10N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몇 없는 리소스이다. 그나마 팟캐스트 The Loc Show는 에피소드가 10개 남짓한 신생 프로그램이다.ㅋ

 

 

물론 넓은 범위에서 번역/통역, 로컬라이제이션을 다루는 매거진이나 아티클은 여럿 존재하지만, 이 업계의 소식과 인사이트만을 다루는 매거진은 극히 드물고 그중에서 만듦새까지 괜찮은 리소스는 더욱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MultiLingual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격월로 발행되는 매거진은 발행 간격이 조금 길다는 점, 최근에는 디지털 에디션만 발행된다는 점 등이 아쉬워도 L10N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없는(?) 귀한 리소스이다. multilingual.com의 홈페이지로 접속하면 매거진은 물론 각종 업계 관련 소식이나 이벤트 등도 확인할 수 있고 전 세계의 언어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둘러볼 수 있다.

 

 

multilingual.com home
Multilingual Digital Archives

 

https://multilingual.com/

 

 

 

함께 소개할 팟캐스트 프로그램은 불과 두 달 전쯤 서비스를 시작한 따끈따끈한 프로그램인데, Smartling이라고 하는 온라인/클라우드 기반 번역 툴 및 언어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론칭했다. 바로 위에서 소개한 Multilingual 매거진 최신호에서 광고를 보고 다운로드한 감상평은, 내가 접했던 로컬라이제이션 업계를 소개하는 콘텐츠 중 가장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혹여 내가 모르는 다른 콘텐츠가 이미 존재하는데 게으른 탓에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주로 이 업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대해 대담을 나누며 로컬라이제이션 과정, 마주하는 어려움과 해결책, 성공 사례 등등을 공유하는데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이 업계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강추하고 싶은 팟캐스트이다.

 

 

The Loc Show by Smartling

 

https://www.smartling.com/podcasts/locshow/?utm_source=Paid+-+Digital+Advertising&utm_medium=MultiLingual&utm_term=The+Loc+Show&utm_content=The+Loc+Show&utm_campaign=2020+Q2+All%3A+The+Loc+Show

 

나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움을 찾아 다니는 사람인가?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지난 몇 년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제법 많이 변해왔고 뜻하지 않은 도전과 새로움의 순간이 이어졌다.

 

알고 있다. 나 혼자였다면 마주하지 않았을 도전과 새로움이라는 것을.

 

너와 함께한 이후로 내 삶엔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겨났고 나는 늘어난 선택지 중에서 내 방식대로, 그러나 결국은 너를 위해 답을 골랐다.

 

그렇게 다시 이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영주권자라는 새로운 신분과 함께.

 

이제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우리의 앞날이 조금은 걱정되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이곳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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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라"

 

어느 20년 전 자기계발서에서는 챕터 제목으로 쓰일 정도로 야심 찬 선언이었겠지만, 이제 그런 순간은 매일 찾아온다.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의지만 있다면 하룻밤 사이에도 평생 알고 살았던 세계보다 더 넓은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슬픈 의미로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을 봤다. 세상은 넓고 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인간의 숫자 70억은 내 상상보다 훨씬 많은 수이며 그 수많은 사람 중 어떤 사람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들도 내 상상력 밖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도저히 다큐멘터리라고 믿어지지 않는 동시에 지독히도 미국스러운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기가 막혀 하다가, 그것을 오락으로 소비하며 쾌락을 느끼다가, 분노하다가, 동물들과 눈이 마주쳐 애통해하다가, 등장 인물들을 심판하다가, 그러기를 반복하며 머리가 아팠다.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그 부제만큼 명확하다. "MURDER, MAYHEM AND MADNESS"(한국어 부제는 '무법지대') 살인(의혹 또는 미수)과 광기로 얼룩진 대환장 쇼. 자극적인 이야기이다. 내가 동물권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다고 다큐멘터리 시리즈 하나에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강요할 순 없으나, 이 이야기가 예컨대 '블랙피쉬'와 같은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호랑이가 아니다. 자신의 'G W 동물원'에서 사자, 호랑이 등 Big Cats를 기르며 돈을 버는 일명 조 이그조틱과 역시 사설 동물원의 운영자 겸 사이비 교주(?) 닥터 앤틀, 그리고 동물보호단체 ‘빅 캣 레스큐’의 대표로서 처음에는 막장 속 쉬어가는 착한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던 캐럴 배스킨. 특히 조 이그조틱과 개컬 배스킨의 머리채 싸움이 핵심이다. 당연히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다만, 언뜻언뜻 서려 있는 소유욕에 대한 자극이 엉뚱한 음지의 붐을 일으키지만 않았으면 하는, 남의 나라 일에 대한 오지랖을 부려본다.

 

Two of 39 tigers rescued in 2017 from Joe Exotic’s G.W. Exotic Animal Park, now in the Wild Animal Sanctuary in Keenesburg, Colo. Credit...Marc Piscotty/Getty Images

 

회가 넘어갈수록 격해지는 진흙탕 싸움을 나도 속된 마음으로 '재미있게' 봤다고 고백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시리즈를 통해 이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알게 되는 데에는 모든 에피소드가 필요하지 않았다. 1화에 등장하는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여전히 맴돈다.

 

"Captive tigers in the U.S. outnumber those in the wild."

 

몇 년 전 자료가 많고 정확한 수치는 집계하기 어렵지만, '전 세계'에 남은 야생 호랑이는 약 4,000마리, '미국'에서 사육 또는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호랑이가 약 10,000마리라고 한다.

 

 

 

'번역본의 품질이 좋다'라고 할 때, 여러 가지 기준과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번역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맛깔난 문체일 수도 있고, 원문의 의미를 빠짐없이 전달하는 정확한 번역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에 종종 가려질지언정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조건도 있다. 기본적인 맞춤법/문법 오류의 유무이다. 물론 그야말로 기본 중의 기본인 맞춤법/문법이 정확하다고 해서 번역본의 품질이 좋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좋은 번역은 반드시 그 기본을 바탕으로 출발한다. 문제는 그 중요한 맞춤법/문법 검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부산대 인공지능 연구실과 나라인포테크가 만든 맞춤법 검사기로, 우리나라에서 쓸 수 있는 맞춤법/문법 검사기로는 가장 쓸 만한 무료 도구이다. 

http://speller.cs.pusan.ac.kr/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Copyrightⓒ2001 AI Lab & Narainfotech. All Rights Reserved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과 (주)나라인포테크가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이 검사기는 개인이나 학생만 무료로 사용�

speller.cs.pusan.ac.kr

위의 주소를 들어가면 아래 스크린샷처럼 참으로 직관적인 디자인의 페이지를 만날 수 있는데, 영문 문법/맞춤법 검사기의 대표 주자인 Grammarly에 비하면 투박해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교만큼 자식 교육에 해로운 것도 없다는데, 굳이 남의 자식(?)과 비교하지 않아도 한국어 맞춤법 검사기 또한 충분히 좋은 도구이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텍스트를 복사 붙여넣기 한 다음 검사하면 끝. 상단에 '강한 규칙 적용하기'라는 옵션도 친절하게 마련되어 있는데, 사실 쓸 일은 많지 않다. 무한정 길이의 텍스트를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 번에 대략 10,000자 이상 넘어가면 오류가 발생하는 것 같다. 조금은 아쉬운 점 중에 하나인데, 볼륨이 큰 번역 작업 후 검사 시에는 텍스트를 여러 차례 나눠서 검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물론, 유료로 구입 가능한 Word/한글용 검사기를 사면 문제 해결.

 

블로그에 올렸던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 리뷰를 맞춤법 검사기에 돌려보니..?

 

그렇게 검사기에 텍스트를 넣고 돌려보면 위와 같이 결과가 나오는데, 당연히 완벽함을 기대할 수는 없다. 누군가 말했듯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아서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고 매일 그 변수가 변하는데 그 속도를 맞춤법 검사기가 따라잡기란 불가능한 노릇. 그러나 기본적인 맞춤법/문법 검사기로서의 역할은 넉넉하게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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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알리레 사엔스의 『Aristotle and Dante Discover the Secrets of the Universe』를 읽는 동안 떠오른 한국 소설이 있었다. 박상영 작가의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이다. 하나는 미국 남서부를 배경으로 한 성장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의 일상과 사랑을 유쾌하고도 씁쓸하게 그려낸 현대소설이다. 그럼에도 두 작품이 겹쳐 보인 것은 함께 묻고 있는 하나의 질문 때문.

 

아리스토텔레스(아리)는 세상보다 자기 마음을 더 이해하지 못하는 소년이다. 가족의 침묵과 자신의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그는 누구와도 쉽게 가까워지지 못한다. 반면 단테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아름다운 점은 사랑이 특별한 사건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함께 수영을 하고, 차를 타고, 별을 바라보고, 긴 침묵을 나누는 평범한 시간들이 결국 한 사람의 세계를 바꾼다. 우주의 비밀은 거대한 깨달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존재가 내 삶의 좌표를 바꾸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작품은 조용히 보여 준다.

 

『우럭 한 점 우주의 맛』의 우주론은 거창한 철학 대신 횟집 테이블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회 한 점, 술 한잔, 친구와의 대화, 연인과의 저녁 식사처럼 너무 평범해서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을 통해 삶을 들여다본다. '우럭 한 점'은 기억이고, 관계이며, 살아 있다는 감각이다. 결국 '우주의 맛'은 미식의 절정이 아니라 한 사람과 우럭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탄생한다.

 

두 작품은 모두 '우주'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방향은 인간을 향한다. 우주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침묵을 나누는 시간 속에 있고, 서로의 상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는 과정 속에 있으며, 평범한 술상 위에 놓인 우럭 한 점 속에도 존재한다. 이러한 시선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우리는 끊임없이 특별한 경험을 찾아다닌다. 더 먼 여행, 더 큰 성공, 더 강렬한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두 작품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삶을 바꾸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우주는 설명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험해야 하는 세계이며, 거대한 철학적 진리보다 누군가와 나누는 한 끼 식사, 한 번의 대화, 한 사람의 손길 속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우주의 비밀은 별들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있다. 단 한 사람이라는 우주의 비밀이.

 

아마존에서 구입 가능한 비공식 한국어 번역본?

 

 

영어 원서 읽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기에도 좋을 만큼 술술 읽히는 것도 매력이다. 문장은 짧고 어휘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가볍지는 않다. 오히려 담백한 문장 덕분에 감정이 더 깊이 스며든다. 영어 원서를 한 권 끝내 보고 싶다면 도전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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