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어김없이 Nimdzi 100 리포트가 나왔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이제 화두가 아닌 일상이 된 시대, 번역·로컬라이제이션 업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번역 일감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반대로 AI 덕분에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이 생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면 실제 언어 서비스 시장은 성장하고 있을까? 글로벌 번역회사들의 매출은 어떻게 변했고 AI는 번역·통역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있다면 2026 Nimdzi 100 리포트를 살펴볼 만하다.
Nimdzi 100은 언어 산업 전문 시장조사·컨설팅 기업인 Nimdzi Insights가 매년 발간하는 글로벌 언어 서비스 산업 보고서다.
보고서 제목에 ‘100’이 들어가는 이유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100대 언어 서비스 제공업체(Language Service Provider, LSP)의 순위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번역회사 순위만 보여주는 보고서는 아니고, 다음과 같은 내용도 함께 다룬다.
- 글로벌 언어 서비스 시장 규모와 성장 전망
- 주요 언어 서비스 기업의 매출과 성장률
- 지역별 시장 및 고객 분포
- 번역·통역·미디어 로컬라이제이션 시장 동향
- 업계의 인수합병과 가격 압력
- 생성형 AI와 LLM이 언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
- 주요 서비스 및 산업 분야별 수요
즉, Nimdzi 100은 글로벌 번역·통역·로컬라이제이션 산업의 현재 상황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종합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2026 Nimdzi 100 리포트 주요 내용
성장'은' 하는 시장, 둔화된 속도
Nimdzi가 추산한 전 세계 언어 서비스 시장 규모는 다음과 같다.
- 2025년: 726억 달러(약 111조 1,000억 원)
- 2026년 전망: 734억 달러(약 112조 3,000억 원)
- 2030년 전망: 761억 달러(약 116조 4,000억 원)
2026년 이후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1% 미만이다. 지난해 보고서가 2029년 시장 규모를 923억 달러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보수적으로 바뀐 수치다.상위 100개 기업의 2025년 합산 매출 성장률도 1.1%에 그쳤다. 1~10위 기업은 3.6% 성장했지만 51~100위 기업의 매출은 4.3% 감소했다. 2021년 이후 특정 순위 구간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상위 100개 기업 중 52곳은 매출이 증가했고 23곳은 감소했다. 시장이 완전히 줄어든 건 아니지만, 성장이 상위권과 일부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2026년 세계 10대 언어 서비스 기업
2026년 순위는 각 기업의 2025년 매출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순위 기업 주요 사업 2025년 매출
| 1 | TransPerfect | 번역, 생명과학, 법률 | 13억 2,000만 달러 |
| 2 | LanguageLine Solutions | 통역, 의료, 정부 | 11억 달러 |
| 3 | RWS | AI 번역 기술, 번역, 특허 | 9억 920만 달러 |
| 4 | Keywords Studios | 게임 서비스 | 8억 5,000만 달러 |
| 5 | Sorenson Communications | 수어 통역 | 8억 달러 |
| 6 | Propio Language Services | 통역, 의료, 정부 | 5억 6,650만 달러 |
| 7 | Lionbridge | 번역, 기술, 게임 | 5억 1,390만 달러 |
| 8 | Translate Plus | 번역, 더빙, 마케팅 | 3억 9,900만 달러 |
| 9 | GienTech | 번역, 언어 기술, QA | 3억 6,450만 달러 |
| 10 | Side | 번역, 게임 서비스 | 3억 4,900만 달러 |
TransPerfect와 LanguageLine Solutions가 각각 1위와 2위를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Propio Language Services다. 대형 통역회사 CyraCom을 인수하면서 매출이 70.6% 증가했고, 전년도 10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전체 순위는 Nimdzi 공식 랭킹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흐려지는 번역회사와 기술회사의 경계
2025년 순위에는 AI 번역 소프트웨어 회사인 DeepL이 처음 포함됐었는데, 2026년에는 Phrase, Smartling, XTM International 같은 TMS 및 언어 기술 플랫폼까지 순위에 들어왔다.
- Smartling: 30위, 매출 9,670만 달러
- Phrase: 47위, 매출 5,640만 달러
- XTM International: 62위, 매출 4,000만 달러
- DeepL: 23위, 추정 매출 1억 9,700만 달러
특히 Smartling은 전년 대비 93.4% 성장해 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제 번역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려워졌다. LSP는 자체 AI 플랫폼을 만들고, 기술회사는 번역 결과물과 서비스를 함께 판매한다. 그래서 Nimdzi도 기존의 ‘언어 서비스 제공업체’보다 범위가 넓은 ‘언어 산업 기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통념과 다르게 여전히 강한 분야는 통역과 규제 산업
통역은 상위 100개 기업 전체 매출의 33.6%를 차지했다. 원격 통역은 데이터·AI 서비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함께 2025년 가장 강하게 성장한 서비스로 꼽혔다. 특히 의료, 법률, 정부처럼 잘못된 의사소통에 대한 책임이 큰 분야에서는 인간 통역의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 원격 통역과 현장 통역의 평균 총 마진도 각각 32.1%와 32.9%로, 텍스트 번역 분야보다 AI와 가격 압력의 영향을 덜 받았다. 주요 성장 산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생명과학, 의료, 금융·법률, 정부 및 보안처럼 전문성과 규제 준수가 필요한 분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반면 게임, 소비재, 제조처럼 AI 자동화나 국제 교역량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가장 많이 제공되는 AI 서비스는 ‘AI 번역 편집/교정’
LSP들이 가장 많이 제공한 서비스는 여전히 번역 및 로컬라이제이션이었다.
- 번역 및 로컬라이제이션: 94.6%
- MTPE: 81.1%
- 자막: 69.6%
- 트랜스크립션: 68.2%
- DTP: 65.5%
- 카피라이팅·트랜스크리에이션: 62.8%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만 보면 AI의 작업물을 편집하는 일이 가장 많았다.
- AI 생성 콘텐츠 편집: 72.0%
- AI 번역: 70.3%
- 트랜스크리에이션: 51.7%
- 용어 관리: 51.7%
- 문화적 현지화: 40.7%
- AI 기반 품질보증: 40.7%
- AI 더빙: 39.0%
AI가 기존 작업을 줄이는 동시에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고치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낸 셈이다. 다만 숙련 번역가들이 낮은 단가와 반복적인 포스트에디팅에 지쳐 업계를 떠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번역가를 편집자로 바꿔준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려도, 이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기계의 실수를 고치는 역할이라면 당사자에게는 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73.6% 증가한 생산성, 기업은 여전히 구인난
상위 100개 기업의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은 2024년 23만 9,000달러에서 2025년 41만 4,931달러로 늘었다. 증가율은 무려 73.6%다.
AI와 자동화를 통해 한 사람이 처리하는 물량이 늘어난 데다 인력 감축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회사는 사내 언어 전문가와 프로젝트 관리 인력을 20~25% 줄이기도 했다. 그런데 기업의 27.6%는 언어 전문가가 부족하고, 23.9%는 통역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초급 번역가가 경험을 쌓을 일반 작업은 AI가 처리하고, 기업에는 AI 결과물까지 검증할 수 있는 고숙련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숙련자는 낮은 단가와 반복적인 포스트에디팅에 지쳐 업계를 떠난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보다 업계의 경력 성장 사다리를 없애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어당 번역료 시대의 종말?
설문 응답 기업의 4분의 3 이상은 적어도 일정 수준으로 가격 산정 모델을 바꿀 계획이라고 답했다. AI 기반 작업에서는 같은 단어 수라도 들어가는 노동이 크게 다르다. 어떤 문장은 AI 번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어떤 문장은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프롬프트 설계, 데이터 정리, 용어 관리와 품질 검사도 단어 수만으로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방식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 가치 기반 번역료 산정
- 전문가 작업과 기술 사용료 분리
- SaaS 플랫폼 이용료
- 구독 및 토큰 기반 가격
- 시간당 생산성 모델
- 전문가 검수 시간 패키지
문제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여전히 업체별 견적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단어당 가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과 고객이 실제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언제나 문제는 기술보다 돈이다.
2026년의 키워드는 Agentic AI
2025년이 LLM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해였다면 2026년의 키워드는 Agentic AI다.
기존 자동화는 사람이 미리 정한 순서에 따라 작업을 처리했다. Agentic AI는 콘텐츠를 분석해 번역 엔진을 선택하고, 사람의 검수가 필요한지 판단하며, 다음 작업 단계까지 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TMS도 번역 메모리와 용어집을 관리하는 도구에서 여러 데이터와 AI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AI 더빙과 실시간 음성 번역도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다만 Nimdzi는 가까운 미래의 균형점이 완전 자동화보다는 Scaled Hybridization, 즉 AI로 처리 범위를 넓히고 중요한 판단에는 사람을 남겨두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
여기서도 ‘사람을 남겨둔다’와 ‘사람의 전문성에 제대로 비용을 지불한다’는 전혀 다른 말이지만.
정리
2026 리포트의 핵심은 언어 서비스 산업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성장 방식이 바뀌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전체 성장률은 1%대로 떨어졌지만 통역, AI 데이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규제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대형 기업은 기술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반면, 중소 LSP는 가격 압력과 투자 비용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AI 덕분에 직원 한 명이 처리하는 물량은 크게 늘었다. 동시에 초급 작업은 줄고 숙련된 언어 전문가는 업계를 떠나고 있다. 고객은 AI로 비용을 낮추길 원하면서도 AI의 오류를 책임지고 검증할 사람을 찾는다.
조금 모순적이지만 지금의 언어 산업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 상황도 없는 것 같다.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다만 그 일이 예전과 같은 형태와 가격으로 남아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번역을 잘하는 것만큼 AI 결과를 판단하고 워크플로를 설계하며, 그 전문성의 가치를 고객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관련 링크
※ 이 글의 시장 규모와 기업 순위, 통계는 Nimdzi Insights의 「The 2026 Nimdzi 100」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일부 기업의 매출은 공개 자료를 활용한 추정치이며 환율과 집계 방식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Localization >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RWS 모라비아 & SDL 합병 (0) | 2022.01.3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