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에버노트나 아이폰 노트 앱을 열면 가끔 지난 노트들을 가만 들여다본다.

제법 쌓인 노트들을 뒤적이다보면 감상에 잠시 젖고 지금으로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메모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특히나 에버노트보다는 간단한 메모를 남기는 데 쓰는 애플 메모에 그런 것들이 많다. 누군가의 이름, 연락처, 주소, 날짜나 시간, 어떤 사이트의 링크, 누군가와 주고받았을 어떤 금액들, 노래 제목이나 가사, 영화 제목, 책을 보다 마음에 든 문장과 단어들.

예컨대 2014년 11월 27일 오후엔 "thomas rhett logic"이라는 짤막한 메모를 남겼다. 그게 뭔지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아 검색에 검색을 하다보면 그게 무엇이었는지 내가 왜 그 메모를 남겼는 지 당시 상황이 기억이 제법 또렷하게 난다.

당연히도, 어떤 노트들은 왜 남겼는 지 아무리 검색을 해도 당시 상황이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엔 의미를 모를 숫자의 나열이나,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낯선 말들이 있기도 하다. 그럴 때면 어느 한 보잘 것 없는 역사를 발굴하는 고고학도의 마음으로 그 상징들을 해석하고 상상해본다. 거기에 묘한 즐거움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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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폰X를 사용한 지도 보름이 넘게 지났다. 그동안 대체로 몹시 만족하며 잘 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고 가장 만족스러운 기능이라면 역시 카메라다.

직전 아이폰6 시절까지만 해도 카메라의 성능은 둘 째치고 16GB의 용량이 버거워 사진 촬영에 인색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자꾸 비교해서 미안, 너도 좋은 폰이었어.

그래서 사진 문외한임에도 불구 이것저것 휴대폰으로 찍는 사진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그 중 압도적인 피사체는 민용. 그 중에서도 portrait mode, 인물 사진 모드로 즐겨 촬영하고 있다. 

그래봤자 최근 3-4일 정도 기간이지만, 그 사진들을 추려봤다.




일명 스핑크스 자세를 취한 채 비몽사몽인 무언가 생각에 잠긴 민용. 

저 자세를 취할 때 등 위로 혹처럼 봉긋 솟아오르는 네 개의 다리가 난 좋다.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려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그럴듯하게 사진이 찍혔다. 여전히 상념에 잠긴 채

창 밖 무언가, 혹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민용.




고양이는 흔히 '고양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보는 재미가 있다. 갑작스레 펄쩍 뛴다 거나 눈이 휘둥그레 커져 뜀박질을 한다 거나

등등이 그 예인데, 워낙에 감각이 예민한 지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뭔가 바닥에서 내 눈엔 보이지도 않는 벌레를

봤는 지, 아니면 바람에 움직이는 먼지를 봤는 지 순식간에 눈이 바뀌고 사냥꾼 모드가 됐다.




고양이를 놀아주는 건 진득함과 영민함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장난감을 마구 휘둘러도 신나서 달려들 때도 있지만, 몇 번 같은 장난감으로 놀아주면 아무리 흔들어도 저렇게 쳐다만 보다가 기회를 노려 낚아챈다. 아무렴 고양이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툭툭 잽만 날리고 시원찮은 반응을 보이는 민용. 그러나 적절한 밀당으로 약을 살살 올리면(...) 다시 적극적으로 덤벼든다. 




이름을 작게 부르자 먼 산을 보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는 민용. 여느 집사가 그러듯 정말 자기 이름을 알아 듣는 것인 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결론은 분명 알아듣지만 자기가 내킬 때만 돌아보거나 대답한다.




고양이의 표정도 사람처럼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민용이의 이런 표정을 가장 좋아한다.

뭔가를 쳐다보는 표정도 비몽사몽 졸린 표정도 아닌 그야말로 정말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 

다소곳이 겹쳐 모은 앞발은 귀욤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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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날은 정해졌고 일은 끝났다.

주어진 한 달 남짓한 시간, 시작은 디즈니월드였다. 내 꿈의 여행지라던가, 디즈니의 엄청난 덕후(디즈니의 팬을 자처할 순 있지만)라던가 등은 아니었으나, 디즈니월드는 소위 취향 박살 수준의 여행지에 가까웠다. 하나 하나 어지간한 놀이공원 크기인 네 개의 테마파크는 적어도 그 중 하나는 취향에 걸리게 만드는데 내 경우엔 애니멀 킹덤이었다(​판​도라 넌 감동이었어).

비록 디즈니 매직의 융단폭격은 이따금 부담스러웠지만 (특히 이름부터 매직헐한 매직 킹덤에서) 불꽃놀이에 이르러서는 그저 넋놓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정말로 디즈니월드는 각 테마파크의 나이트 쇼 보러 간다는 말이 맞나보다.

디즈니월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혹은 디즈니랜드와는 다른 분위기다. 미국인들의 꿈과 희망의 총본산답게 관광지의 느낌은 별로 없고, 그야말로 미국인들+남미에서 온 사람들(특히 브라질인들의 디즈니월드 사랑이 그렇게 크다고한다) 천지다. 제대로 디즈니월드를 즐기려면 4-5일에서 일주일 이상도 잡고 와야하니 외국 관광객이 적을 수 밖에. 그래도 매직킹덤에는 당일로 놀러 온 관광객이 북적북적하다.

결론은,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하루 2만 걸음씩 걷는 강행군이었지만. 다만 디즈니월드 후기를 올리자니 점점 블로그의 목적이 변질되는 것 같아 이걸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손 놓고 있다. 번역가는 물론이고 집사로서의 정체성은 안드로메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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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어답터라는 말에 나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보다는 새로운 기술이든 새로운 제품이든 검증이 되었다고 판단한 후에야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편이다.

그러니 새 아이폰이 나왔다고 선주문에 덤벼들고 이렇게 '개봉기'를 쓴다는 게 내겐 신선하고도 어색한 일이다.

그래서 어설프겠지만, 아이폰 x(라 쓰고 '텐'이라 읽는)를 받고 하루 동안 써 본 감상을 늘어놓아보려 한다.



Say hello to the future 안녕 미래야



애플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실시간 선주문에 실패한 뒤 한참 후, 그러니까 두 시간 정도가 지난 후에 미국의 통신사 T-mobile에서 손쉽게 성공했다. 그것도 출시 당일 (11월 3일) 배송예정으로. 그 외 Sprint 등 미국의 다른 통신사에서 진행하는 아이폰 선주문도 꽤 늦게까지 출시 당일 배송이 가능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통신사를 끼고 사는 일의 번거로움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만 해본다. 나 역시 통신사를 끼고 할부로 샀지만, 덕분에 350불 정도의 통신사 지원금과 쓰던 아이폰6 반납금 100~150불 사이를 지원받아 500불 정도에 아이폰x를 샀으니, 감지덕지. 

그리고 정확히 11월 3일 자칭 미래란 녀석이 도착했다. 



전문 리뷰어도 아니고 좋은 사진가는 더더욱 아니기에 아이폰6로 찍은 허접한 사진들 미리 양해를...



실버/스페이스 그레이 (아무리 봐도 화이트 앤 블랙인데) 중 내가 구입한 모델은 스페이스 그레이



디자인은 애플이 거의 늘 그랬듯 완성도 높다. 실물이 예쁘네, 하는 진부한 소릴 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내가 찍은 사진보단 확실히 실물이 더 아름답다. 아이폰6 사용자로서 뒷면이 이토록 깨끗해진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실버 모델을 사지 않은 결정적 이유는 은색 옆테두리 때문인데, 꼭 플라스틱처럼 보이기도 하고 패션의 완성은 뭐니 뭐니 해도 통일성이라고 믿기에. 사진으론 잘 안 보이지만 유리 뒷면은 짙은 검은색이라기보단 옅은 파스텔톤의 검은색이다. 아무리 그래도 스페이스 그레이라고 우기기엔 좀... 더구나 아이폰6의 스페이스 그레이 색을 생각하면. 이름이야 어쨌든 색감과 디자인은 대만족, 카툭튀는, 뭐, 패스.


그럼 디자인에 대한 더 실감나고 유익한 정보는 유튜버들 및 한국의 전문 블로거들께 토스하고

하루 정도 쓰면서 느꼈던 것들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먼저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관심사였던 페이스 ID.



Homebuttonless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알아먹는다. 안경을 끼는 사람으로서 한 가지 팁이라면 처음에 안경을 끼고 얼굴을 등록하니 안경을 벗은 얼굴을 인식을 못했는데, 안경을 벗고 얼굴 등록을 했더니 그 땐 안경을 쓴 얼굴도 잘 인식했다. 나만 그런 걸 지도?

어쨌든 인식은 빠릿빠릿했고 어두운 곳이든, 빛이 강한 곳이든 실내든 야외든 문제 없었다. 다만, 홍채 인식이 아니라 안면 인식이기에 휴대폰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열린다. 덕분에 내가 그동안 휴대폰을 얼마나 가까이 들여다 보고 있었는 지도 깨닫... 



그리고 사라진 홈버튼

과 방황하는 엄지 손가락.



     

낯설지만 생각보다 좋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낯설지만 생각보다 편하고 쉽다. 오히려 홈으로 돌아가는 기능에 있어서는 홈버튼보다도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물론 1일차이니 아직까지는 엄지손가락이 방황하는 일도 있고, 스와이프를 화면 중간까지 해서 멈추는 동작 (위 사진 왼쪽), 즉 앱 멀티태스킹 탭을 여는 동작은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대신, 앱 실행 화면에서 이전 실행 앱으로 넘어가는 동작은 홈버튼보다 편리한데, 스와이프 바에 손가락을 대고 옆으로 넘기기만 하면 (위 사진 오른쪽) 된다. 

물론 어떻게 5년을 넘게 쓴 홈버튼이 하루만에 잊혀지겠냐만 인간은 무섭게 적응한다.

그리고 스와이프 바는 생각보다 더 적응하기 쉬운 기능이다.



그 다음은 많은 사람들이 꼽는 아이폰x 최대의 무기, 카메라. 



내 첫 작품은 너다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



만만한게 민용이인지라 곤히 자던 녀석을 깨워 앉혀놓고 찍은 사진들. 뭐랄까, 신세계다. 따로 고성능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니 당연히 이전에 쓰던 아이폰6의 사진 경험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정말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차이가 났다. 

장비가 좋으니 갑자기 사진 촬영의 열정이 마구 샘솟기까지. 아직 본격적으로 이런저런 촬영을 해보진 않았어도 벌써 홀딱 반해버렸다. 키노트에서 그렇게 자랑한 4k 동영상 화질 또한 아이폰6와의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훌륭했다. 

앞으로 올라올 고양이들의 사진은 퀄리티가 몹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단연코 카메라는 아이폰x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일 것 같다.



그 다음은 홈버튼과 함께 무수한 논란의 대상이었던 the Notch



위 사진은 유튜브 동영상 재생 시 기본 화면, 아래 사진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 끝까지 펼 칠 때 화면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아래 사진의 왼쪽 끝 중간부분이 notch로 움푹 가려지고, 가장자리 화면이 좀 잘린다.)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notch는 생각보다 신경을 거슬리지 않는다. 특히 유튜브 애청자로서 동영상 시청에 대해 걱정이 컸는데 웬걸, 사람의 시야각은(적어도 내 시야각은) 생각보다 좁았다. 집중 해서 동영상을 보니 거의 불편함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분명 개인차가 있을 듯 하다. 난 둔한 사람이니까.



가로보기 화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상단 오른쪽에서 쓸어내리면 나타나는 컨트롤 센터



더불어 아이폰x에서 변화된 주요 UI 중 하나인 notch 옆에서 쓸어내리는 컨트롤 센터도 불만은 없으나 역시나 습관은 습관인지라 자꾸 스와이프 바로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왼쪽은 애플의 자체 지도 애플맵 화면, 오른쪽은 구글맵 화면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상에서는 상단의 중간 부분이 notch로 가려진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나뿐 아니라 각종 어플과 프로그램도 이 notch를 품은 아이폰x의 화면에 아직 적응을 덜 한지라 일부 앱들은 위 사진의 구글맵처럼 홈버튼이 있고 상단부도 광활한 이전 아이폰 화면에 맞춰져 있다. 반면 사파리, 애플맵 등 애플이 만든 어플이나 유튜브, 아마존, 심지어 카카오톡도 화면을 어느새 맞춰놓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화면 비율 최적화가 안 된 어플이 적고 빠른 시일 내에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슬슬 지쳐가니 마무리해야겠다. 

사소한 불만 하나.



너도 홈버튼이 그리운 거니



키패드를 열면, 저런 화면이 나오는데 넓직하고 좋구만, 하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자판 밑에 자리잡은 황량한 공간. 언어 전환 키와 마이크 키만 덜렁 있고 텅 빈 공간이 애플답지 않은 마감이다.

홈버튼을 향한 추모인 지 추가될 새로운 기능의 예고인 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예상해본다.



One more thing...




ㅋㅋㅋㅋㅋ

재미있고 신기하다. 딱히 뭐라 더 할 말은 없다.

다만 얼굴 인식 기능이 앞으로 더 다양하게 발전되고 활용되리라 생각한다.



총평을 하자면, 단점은 분명 있으나 개인적으론 보조금 등을 통해 거의 반값에 구입했다는 점, 아이폰6 사용자로서 극적인 변화를 맛보는 즐거움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선택은 각자의 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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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 중 거의 유일하게 챙겨보며 열성을 다해 응원하는 것이 야구인데, 그것도 타국에 나오면 그 열정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시차도 시차거니와, 제대로 시청을 할 만한 경로도 마땅치 않으니까. 그런 이유에 더해 공부한다 일한다 몸과 마음이 바빠 시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는 시즌 통틀어서 손에 꼽을만큼 정도의 경기밖에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보다 솔직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면 응원하는 팀의 성적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인 것도...어쩌면 제일 큰 이유?

그리고 어느새 찬바람과 함께 시작된 가을야구. 이쯤되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벌써 다섯으로 추려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응원팀은 두산 베어스이다. 속전속결 진행된 가을야구 끝에 야구팬이라면 알겠지만 두산 베어스와 기아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까지 모두 끝났다.

지난 해 그토록 열심히 야구를 챙겨보고 응원을 했던 것이 무색할만큼 관심을 껐다가 팀 성적이 쑥쑥 올라가고 가을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듯 열혈팬이 된 나였지만, 염치 불구하고 나를 한껏 만족시켜주길 바랐는데 결과는 그렇게 되었다. 그렇게 어떻게 되었는 지는 굳이 내 입으로 말 하지 않아야지.

너무 낙담하지 않으려 애써 별 거 아닌 일로 치부하고 마음을 비워버리면 그 사실 자체는 정말 별 거 아닌 게 되는데, 몹시도 이상한 것은 주위에 당최 기아팬이 왜 이렇게 많은 지 까똑이 불이 나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약이 오를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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