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무슨 일 하세요?"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꼳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제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로컬라이제이션 일을 합니다."
라고 답하면, 높은 확률로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게 무슨 일이에요?"
그러면 나는 기꺼이, 어떤 사명감까지 가지고 주절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게 번역이랑은 조금 다르고, 글로벌 제품을 여러 언어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하는 과정이고, 번역뿐 아니라 품질 관리와 프로세스, 기술적인 부분도 함께 다루고,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듣는 사람은 별 관심이 없고 말하는 사람은 피곤한 경우를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그 사명감도 늘 버티진 못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대충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길 때도 있는데, 사실 가장 효과가 좋은 답은 따로 있다. 
"번역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경우 내가 바라던 대로 대화는 거기서 끝난다. 사실은 거기서부터 시작인데도.
 

*

번역이 시작되기 전, 그리고 끝나고 난 자리

많은 사람들이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을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영어가 한국어로 바뀌어 있으면 ‘번역됐네’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두 개념은 엄밀히 다르다.
 
번역(Translation)은 텍스트를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을 말한다. 반면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 또는 l10n((l과 n 사이에 알파벳이 10개)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정 국가와 문화에 자연스럽게 맞추는 전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번역은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이지만, 전체는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만든 새로운 운동 앱을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한다고 가정해 보자. 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지원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어떤 국가를 먼저 출시할지, 어떤 언어를 지원할지, 앱 전체를 현지화할지 아니면 마케팅 자료나 핵심 기능부터 번역할지 같은 결정은 시장 규모, 사용자 수, 비즈니스 전략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제품은 처음부터 여러 언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야 한다. 영어 텍스트를 코드에 직접 입력하지 않고 분리해 관리하고, 날짜와 시간, 숫자, 통화, 주소 형식 등이 국가마다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줄여서 i18n(i와 n 사이에 알파벳이 18개)이라고 부른다.
 
그다음에야 실제 번역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번역이 끝나도 바로 출시하지는 않는다. 앱 화면에서 문장이 잘리지 않는지, 버튼이 깨지지는 않는지, 각 언어가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표시되는지, 날짜나 통화 표기가 해당 국가의 관습에 맞는지 등을 테스트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를 거친 뒤에야 사용자에게 제품이 전달된다.
 

 
위의 사이클은 간단히 구성한 로컬라이제이션의 단계인데, 기본적인 예시일 뿐 제품/서비스의 특성이나 기업마다 변주는 존재한다. 그럼 이제 자연스럽게 들게 되는 의문은, 이 모든 일을 누가 하느냐이다. 
 

단계 플레이어
① 분석 및 계획 클라이언트 (Localization PM, Program Manager, Product Manager, Marketing 등)
② 인터내셔널라이제이션(i18n) 클라이언트 (개발자, Software Engineer, UX Designer 등)
③ 번역 벤더(LSP) 또는 프리랜서 번역가
④ 검수 및 QA 벤더(LSP)의 리뷰어/언어 전문가 (번역 벤더와 다른 업체인 경우 多)
⑤ 테스팅 / QA 클라이언트 QA팀 또는 QA 전문 벤더(번역/리뷰 벤더와 다른 업체인 경우 多)
⑥ 납품 및 배포 클라이언트 (개발팀, Release Manager, DevOps 등)

 
물론 실제 사례는 이보다 훨씬 다양하다. 어떤 기업은 번역부터 QA까지 하나의 로컬라이제이션 벤더에 맡기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번역, 리뷰, 테스트를 각각 다른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 또한 대규모 테크 기업은 번역을 제외한 상당수 과정을 내부 팀에서 직접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클라이언트가 제품과 전략을 책임지고, 벤더가 언어와 품질을 지원하는 구조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나 역시 벤더와 클라이언트 양쪽에서 모두 일해 보며, 같은 '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단어 안에서도 역할과 관점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업계를 이루는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각자의 역할을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

 
 
다음 이야기
[로컬라이제이션의 세계] #3 로컬라이제이션 업계의 플레이어들 - 벤더 사이드(Vendor Side)

 

#1

 
누구나 자신의 커리어와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앞만 보고 달릴 때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에게는 지금이 그런 시기인가 싶다.
 

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 번역으로 일을 시작한 뒤 벤더와 클라이언트 사이드를 거치며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을 로컬라이제이션 업계에서 보냈다. 그동안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넓은 경험을 쌓고,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앞을 향해 걸어왔다. 자연스럽게 경험을 기록하거나 누군가와 나눌 여유는 많지 않았다. 특히나 한국어로는 더더욱.
 
한국에서 일할 때도 그랬지만, 미국으로 와서 일을 시작한 이후로 여실히 느낀 점이 있다. 이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데, 정작 한국어로 로컬라이제이션을 이야기하는 글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사실. 번역 툴을 소개하거나 개별 기술을 설명하는 자료는 있지만, 로컬라이제이션이 정확히 어떤 일인지, 왜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지, 현업에서는 어떤 고민을 하는지를 풀어낸 이야기는 쉽게 찾기 어려웠다.
 
물론 나 역시 이 분야를 모두 알지 못한다. 지금도 매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문제를 만나고,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더구나 로컬라이제이션은 AI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 동안 보고 배우고 고민했던 것들을 조금씩 기록해 두는 일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시리즈, [로컬라이제이션의 세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기술적인 지침서나 거창한 커리어 길라잡이가 되려는 건 아니다.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은 무엇이 다른지, 글로벌 제품은 어떻게 여러 언어로 출시되는지, 번역 품질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AI는 이 업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까지. 현업에서 일하며 자연스럽게 품게 된 질문들을 하나씩 함께 살펴보는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 로컬라이제이션에 관심이 있는 누군가에게는 이 업계를 이해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에게는 잠시 생각을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 지난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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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로컬라이제이션의 세계] #2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 뭐가 다를까

 

올해도 어김없이 Nimdzi 100 리포트가 나왔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이제 화두가 아닌 일상이 된 시대, 번역·로컬라이제이션 업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번역 일감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반대로 AI 덕분에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이 생기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렇다면 실제 언어 서비스 시장은 성장하고 있을까? 글로벌 번역회사들의 매출은 어떻게 변했고 AI는 번역·통역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있다면 2026 Nimdzi 100 리포트를 살펴볼 만하다.

 

Nimdzi 100은 언어 산업 전문 시장조사·컨설팅 기업인 Nimdzi Insights가 매년 발간하는 글로벌 언어 서비스 산업 보고서다.

보고서 제목에 ‘100’이 들어가는 이유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계 100대 언어 서비스 제공업체(Language Service Provider, LSP)의 순위를 발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번역회사 순위만 보여주는 보고서는 아니고, 다음과 같은 내용도 함께 다룬다.

 

  • 글로벌 언어 서비스 시장 규모와 성장 전망
  • 주요 언어 서비스 기업의 매출과 성장률
  • 지역별 시장 및 고객 분포
  • 번역·통역·미디어 로컬라이제이션 시장 동향
  • 업계의 인수합병과 가격 압력
  • 생성형 AI와 LLM이 언어 산업에 미치는 영향
  • 주요 서비스 및 산업 분야별 수요

즉, Nimdzi 100은 글로벌 번역·통역·로컬라이제이션 산업의 현재 상황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종합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2026 Nimdzi 100 리포트 주요내용

 

성장'은' 하는 시장, 둔화된 성장 속도

Nimdzi가 추산한 전 세계 언어 서비스 시장 규모는 다음과 같다.

  • 2025년: 726억 달러(약 111조 1,000억 원)
  • 2026년 전망: 734억 달러(약 112조 3,000억 원)
  • 2030년 전망: 761억 달러(약 116조 4,000억 원)

2026년 이후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1% 미만이다. 지난해 보고서가 2029년 시장 규모를 923억 달러로 전망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보수적으로 바뀐 수치다.상위 100개 기업의 2025년 합산 매출 성장률도 1.1%에 그쳤다. 1~10위 기업은 3.6% 성장했지만 51~100위 기업의 매출은 4.3% 감소했다. 2021년 이후 특정 순위 구간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상위 100개 기업 중 52곳은 매출이 증가했고 23곳은 감소했다. 시장이 완전히 줄어든 건 아니지만, 성장이 상위권과 일부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2026년 세계 10대 언어 서비스 기업

2026년 순위는 각 기업의 2025년 매출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순위 기업 주요 사업 2025년 매출
1 TransPerfect 번역, 생명과학, 법률 13억 2,000만 달러
2 LanguageLine Solutions 통역, 의료, 정부 11억 달러
3 RWS AI 번역 기술, 번역, 특허 9억 920만 달러
4 Keywords Studios 게임 서비스 8억 5,000만 달러
5 Sorenson Communications 수어 통역 8억 달러
6 Propio Language Services 통역, 의료, 정부 5억 6,650만 달러
7 Lionbridge 번역, 기술, 게임 5억 1,390만 달러
8 Translate Plus 번역, 더빙, 마케팅 3억 9,900만 달러
9 GienTech 번역, 언어 기술, QA 3억 6,450만 달러
10 Side 번역, 게임 서비스 3억 4,900만 달러

TransPerfect와 LanguageLine Solutions가 각각 1위와 2위를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Propio Language Services다. 대형 통역회사 CyraCom을 인수하면서 매출이 70.6% 증가했고, 전년도 10위에서 6위로 올라섰다. 전체 순위는 Nimdzi 공식 랭킹에서 확인할 수 있다.

 

흐려지는 번역회사와 기술회사의 경계

2025년 순위에는 AI 번역 소프트웨어 회사인 DeepL이 처음 포함됐었는데, 2026년에는 Phrase, Smartling, XTM International 같은 TMS 및 언어 기술 플랫폼까지 순위에 들어왔다.

  • Smartling: 30위, 매출 9,670만 달러
  • Phrase: 47위, 매출 5,640만 달러
  • XTM International: 62위, 매출 4,000만 달러
  • DeepL: 23위, 추정 매출 1억 9,700만 달러

특히 Smartling은 전년 대비 93.4% 성장해 전체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제 번역회사와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려워졌다. LSP는 자체 AI 플랫폼을 만들고, 기술회사는 번역 결과물과 서비스를 함께 판매한다. 그래서 Nimdzi도 기존의 ‘언어 서비스 제공업체’보다 범위가 넓은 ‘언어 산업 기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전히 강한 통역과 규제 산업

통역은 상위 100개 기업 전체 매출의 33.6%를 차지했다. 원격 통역은 데이터·AI 서비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함께 2025년 가장 강하게 성장한 서비스로 꼽혔다. 특히 의료, 법률, 정부처럼 잘못된 의사소통에 대한 책임이 큰 분야에서는 인간 통역의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 원격 통역과 현장 통역의 평균 총 마진도 각각 32.1%와 32.9%로, 텍스트 번역 분야보다 AI와 가격 압력의 영향을 덜 받았다. 주요 성장 산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생명과학, 의료, 금융·법률, 정부 및 보안처럼 전문성과 규제 준수가 필요한 분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반면 게임, 소비재, 제조처럼 AI 자동화나 국제 교역량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는 성장세가 둔화됐다.

 

가장 많이 제공되는 AI 서비스는 ‘AI 번역 편집/교정’

LSP들이 가장 많이 제공한 서비스는 여전히 번역 및 로컬라이제이션이었다.

  • 번역 및 로컬라이제이션: 94.6%
  • MTPE: 81.1%
  • 자막: 69.6%
  • 트랜스크립션: 68.2%
  • DTP: 65.5%
  • 카피라이팅·트랜스크리에이션: 62.8%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만 보면 AI의 작업물을 편집하는 일이 가장 많았다.

  • AI 생성 콘텐츠 편집: 72.0%
  • AI 번역: 70.3%
  • 트랜스크리에이션: 51.7%
  • 용어 관리: 51.7%
  • 문화적 현지화: 40.7%
  • AI 기반 품질보증: 40.7%
  • AI 더빙: 39.0%

AI가 기존 작업을 줄이는 동시에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고치는 새로운 일을 만들어낸 셈이다. 다만 숙련 번역가들이 낮은 단가와 반복적인 포스트에디팅에 지쳐 업계를 떠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AI가 번역가를 편집자로 바꿔준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려도, 이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기계의 실수를 고치는 역할이라면 당사자에게는 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73.6% 증가한 생산성, 기업은 여전히 구인난

상위 100개 기업의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은 2024년 23만 9,000달러에서 2025년 41만 4,931달러로 늘었다. 증가율은 무려 73.6%다.

AI와 자동화를 통해 한 사람이 처리하는 물량이 늘어난 데다 인력 감축이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회사는 사내 언어 전문가와 프로젝트 관리 인력을 20~25% 줄이기도 했다. 그런데 기업의 27.6%는 언어 전문가가 부족하고, 23.9%는 통역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초급 번역가가 경험을 쌓을 일반 작업은 AI가 처리하고, 기업에는 AI 결과물까지 검증할 수 있는 고숙련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숙련자는 낮은 단가와 반복적인 포스트에디팅에 지쳐 업계를 떠난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보다 업계의 경력 성장 사다리를 없애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어당 번역료 시대의 종말?

설문 응답 기업의 4분의 3 이상은 적어도 일정 수준으로 가격 산정 모델을 바꿀 계획이라고 답했다. AI 기반 작업에서는 같은 단어 수라도 들어가는 노동이 크게 다르다. 어떤 문장은 AI 번역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어떤 문장은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프롬프트 설계, 데이터 정리, 용어 관리와 품질 검사도 단어 수만으로 가격을 매기기 어렵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방식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 가치 기반 번역료 산정
  • 전문가 작업과 기술 사용료 분리
  • SaaS 플랫폼 이용료
  • 구독 및 토큰 기반 가격
  • 시간당 생산성 모델
  • 전문가 검수 시간 패키지

문제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여전히 업체별 견적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단어당 가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과 고객이 실제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언제나 문제는 기술보다 돈이다.

 

2026년의 키워드는 Agentic AI

2025년이 LLM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는 해였다면 2026년의 키워드는 Agentic AI다. 기존 자동화는 사람이 미리 정한 순서에 따라 작업을 처리했다. Agentic AI는 콘텐츠를 분석해 번역 엔진을 선택하고, 사람의 검수가 필요한지 판단하며, 다음 작업 단계까지 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TMS도 번역 메모리와 용어집을 관리하는 도구에서 여러 데이터와 AI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AI 더빙과 실시간 음성 번역도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다만 Nimdzi는 가까운 미래의 균형점이 완전 자동화보다는 Scaled Hybridization, 즉 AI로 처리 범위를 넓히고 중요한 판단에는 사람을 남겨두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 여기서도 ‘사람을 남겨둔다’와 ‘사람의 전문성에 제대로 비용을 지불한다’는 전혀 다른 얘기지만.

 

정리

2026 리포트의 핵심은 언어 서비스 산업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성장 방식이 바뀌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전체 성장률은 1%대로 떨어졌지만 통역, AI 데이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규제 산업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대형 기업은 기술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반면, 중소 LSP는 가격 압력과 투자 비용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AI 덕분에 직원 한 명이 처리하는 물량은 크게 늘었다. 동시에 초급 작업은 줄고 숙련된 언어 전문가는 업계를 떠나고 있다. 고객은 AI로 비용을 낮추길 원하면서도 AI의 오류를 책임지고 검증할 사람을 찾는다.

 

조금 모순적이지만 지금의 언어 산업을 이보다 잘 설명하는 상황도 없는 것 같다. 번역과 로컬라이제이션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다만 그 일이 예전과 같은 형태와 가격으로 남아 있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번역을 잘하는 것만큼 AI 결과를 판단하고 워크플로를 설계하며, 그 전문성의 가치를 고객에게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관련 링크

 

※ 이 글의 시장 규모와 기업 순위, 통계는 Nimdzi Insights의 「The 2026 Nimdzi 100」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일부 기업의 매출은 공개 자료를 활용한 추정치이며 환율과 집계 방식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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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직관적인 UI

 

로컬라이제이션 프로젝트에서는 번역이 완료된 후 리뷰어가 다양한 수정 사항을 남긴다. 하지만 수정 내용이 많을수록 무엇이 어떻게 변경되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유용한 도구가 TQAuditor(TQAuditor Quick Comparison).

QAEditor는 번역본과 리뷰 완료본을 비교하여 수정된 내용을 자동으로 추적해 주는 웹 기반 비교 도구로,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도 사용할 수 있으며, SDLXLIFF, XLIFF, TTX, TMX 등 다양한 이중언어(bilingual) 파일 형식을 지원한다. 

주요 기능

  • 번역본과 리뷰본의 변경 사항 자동 비교
  • 수정된 세그먼트 하이라이트
  • 태그(Tag) 변경 여부 확인
  • 수정된 세그먼트만 필터링
  • 비교 결과를 Excel로 내보내기
  • 회원가입 없이 빠른 비교 가능

사용 방법

  1. Translated file에 원본 번역 파일을 업로드
  2. Reviewed file에 리뷰가 완료된 파일을 업로드
  3. Upload selected files를 클릭
  4. 생성된 Comparison Report에서 변경 사항을 확인

활용법

QAEditor는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유용하다.

  • 리뷰어의 수정 패턴을 분석하고 싶을 때
  • 번역 품질 교육 자료를 만들 때
  • 번역가에게 피드백을 제공할 때
  • 수정량(Change Rate)을 빠르게 확인하고 싶을 때
  • LQA(Quality Evaluation)를 시작하기 전에 변경 사항을 먼저 검토하고 싶을 때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소식이지만, 2020년 로컬라이제이션 업계에서 단연 최대 화제의 뉴스였던 RWS 모라비아의 SDL 인수합병 소식. 가장 유명한 CAT 툴인 SDL 트라도스 스튜디오의 그 SDL이 맞다.


RWS to Buy SDL in Transformative Deal for the Language Industry - Austin Technology Council

RWS to Buy SDL in Transformative Deal for the Language Industry - Austin Technology Council

The boards of Super Agencies RWS and SDL announced on August 27, 2020 that they “have reached agreement on the terms of a recommended all-share merger of RWS and SDL,” in a deal that sees RWS buy SDL outright.

www.austintechnologycouncil.org



이 합병으로 RWS+SDL(인수 이후 SDL 브랜드는 사라졌으므로 사실상 그냥 RWS)은 가볍게 세계 최대의 Language Service Provider로 등극했다. 참고로 아래 표의 전 세계 10대 랭귀지 서비스 벤더의 매출을 보면 대충 로컬라이제이션 업계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1위인 RWS의 매출은 원화로 1조를 약간 넘기는 수준, 10위 Welocalize는 3천억 정도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 작다고, 또는 크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몇십조는 우습게 넘기는 테크 업계와 비교하자면 초라해보일 수 있으나 번역/현지화 서비스 회사가 매출이 1조나 된다고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라 느껴질 수도. 특히나 영세하기 그지없는 한국 로컬라이제이션 업계를 고려해보면.

2020년 매출 기준 세계 Language Service Provider 순위. 출처: The Largest Language Service Providers: 2021 (csa-research.com)



다만 이 철지난 뉴스가 갑자기 생각난 건, 이후 관련된 다른 기사를 보다가 갑자기 한국에 이 합병 소식에 관한 뉴스가 있을까 궁금해져서이다. 아니나 다를까, RWS의 한국어 블로그의 공지 외에는 관련 기사는 없다시피 했고 관련 소식을 다룬 블로그 글도 몇 개가 전부였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로컬라이제이션은 프리랜서 번역사와 번역 에이전시만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 다시 들었달까. 시장 규모가 근본적으로 다른 미국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자칭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한국의 테크 및 콘텐츠 비즈니스의 규모와 성장세를 고려할 때도 한국의 로컬라이제이션은 지나치게 황무지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시간 문제일 뿐 인식은 나아질 것이고 산업은 커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그저 바라만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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