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번역(Machine Translation, MT) 엔진이라고 하면 흔히 구글 번역이나 한국에서는 네이버 파파고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MT 업체 중 업계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서비스가 있다. 바로 DeepL이다. 개인이 외국어 문장을 번역할 때 사용하는 웹 번역기로의 명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API나 CAT 툴에 연결해 MT 엔진으로 활용하거나 기업의 다국어 콘텐츠를 처리하는 용도로는 업계에서 상당히 유명하다. 그렇다면 DeepL은 정확히 어떤 서비스이고, 다른 번역 서비스와는 무엇이 다를까?
독일에서 시작한 번역 AI 서비스
DeepL은 2017년 독일 쾰른에서 시작한 회사다. 처음에는 번역 서비스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단순한 ‘번역 서비스 회사’보다 Language AI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DeepL에 따르면 전 세계 20만 개 이상의 비즈니스 팀과 수백만 명의 개인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DeepL이 초창기에 이름을 알린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기계번역의 자연스러움이었다. 지금이야 어떤 기계번역 서비스를 사용해도 품질이 상당하지만, 과거 기계번역을 조금이라도 많이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법적으로 틀린 문장은 아닌데, 사람이 실제로는 절대 이렇게 말하지 않을 것 같은 번역 말이다. DeepL은 특히 유럽 언어를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번역 결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빠르게 알려졌다. 이후 지원 언어와 기능을 계속 확대했고, 현재는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는 물론 아랍어, 힌디어, 베트남어 등 훨씬 폭넓은 언어를 지원한다. 실제로 나도 지난 몇 년 사용 경험이 꽤 있는 편인데, 한국어와 일본어 번역 수준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러다가 난립하는 NMT(신경망 기반 전통 MT) 사이에서도 차별화하고자 했는지 현재 DeepL은 번역 모델 자체도 LLM(Large Language Model)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DeepL은 자체 LLM을 번역에 특화해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긴 텍스트의 번역 품질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흔히 생각하는 ‘전통적인 기계번역’과 ‘생성형 AI 번역’ 사이의 경계도 점점 흐려지고 있다.
DeepL의 차별점

DeepL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사용법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왼쪽에 원문을 입력하고 오른쪽에서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된다. 이 점에서는 구글 번역이나 파파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로컬라이제이션 관점에서 흥미로운 기능들이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문서 번역(Translate files)이다.
Word 문서나 PDF, PowerPoint 등의 파일을 업로드하면 문서의 원래 형식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전체 문서를 번역할 수 있다. 단순히 텍스트를 복사해서 번역기에 붙여넣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그보다 더 눈여겨볼 기능은 용어집(Glossaries) 및 스타일 가이드(Style profiles/style rules)이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의 제품에서 특정 기능의 이름은 번역하지 않고 영어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하거나, '십시오'체가 아닌 '세요'체를 일관되게 사용해야 할 때, 일반적인 번역기에 문장을 넣으면 번역할 때마다 일관된 용어나 스타일을 사용한다는 보장이 없다. DeepL에서는 용어집과 스타일 가이드에 원하는 번역 결과에 반영할 수 있다. 단순한 검색·치환 방식이 아니라, LLM 기반으로 대상 언어의 문법에 맞게 용어를 적용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로컬라이제이션 실무에서 용어와 스타일의 일관성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쓰이는 번역기와 전문적인 번역 워크플로의 차이가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DeepL API를 트라도스 같은 CAT(Computer-Aided Translation) 툴이나 TMS(Translation Management System)에 연결하면 DeepL의 번역 결과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검수 및 편집을 거쳐 사용할 수 있다. 즉, DeepL은 완성된 번역을 받아보는 서비스이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로컬라이제이션 환경에서는 번역 프로세스 안에 들어가는 하나의 MT 엔진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별도의 CAT 툴이나 TMS를 거치지 않고도 번역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확장하며 간소화된 TMS에 가까운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 DeepL이 제일 좋은 MT 서비스일까?
DeepL이 자연스러운 번역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모든 언어와 모든 콘텐츠에서 DeepL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낸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MT의 품질은 언어쌍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영어 원문이라도 독일어 번역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엔진과 한국어 번역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엔진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콘텐츠의 성격도 중요하다. 제품 UI인지, 기술 매뉴얼인지, 마케팅 카피인지, 고객 지원 콘텐츠인지에 따라 요구되는 번역이 다르다. 특정 기업의 용어나 과거 번역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고, 기업 환경이라면 데이터 보안과 API, 비용, 기존 TMS와의 연동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 로컬라이제이션 업계에서는 단순히 어떤 엔진이 제일 좋다고 무조건 사용하기보다, 여러 MT 엔진으로 동일한 또 다양한 콘텐츠를 번역한 뒤 언어별 품질을 평가하는 MT 테스트/평가를 진행한다. 어떤 엔진이 가장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 역시 하나의 로컬라이제이션 작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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